<디지털서사학>의 현황과 전망
이용욱
1. <디지털서사학Digital narratology>의 개념과 영역 설정
<디지털서사학>의 개념을 정의내리기 위해서는 먼저 <서사학>에 대한 제럴드 프랭스의 견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사의 초언어적 보편구조에 주목한 그의 이론이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거기에서 파생하고 있는 ‘서사체’ 사이의 관계를 해석하는데 유의미하기 때문이다. 제럴드 프랭스는 서사학을 “모든 서사물의 서사물로서의 공통점과 상이점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정의내리고, 서사학이 서사문법을 규명해 내어야 한다고 보았다. 서사문법이란 서사물의 원리와 특징을 설명하는 형식 모델이며, 서사물의 본성에 관한 인간의 보편적인 직관에 근거하여 서사물을 이루는 근본 규칙이다.
재럴드 프랭스의 서사이론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매체적 특수성의 제약을 넘어 서사의 초언어적 보편구조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이라는 매체는 인류가 발전시켜온 그 어떤 매체보다도 통합(統合)적이고 통섭(統攝)적이다. 개별적 모노미디어를 보편적 멀티미디어로 전환시키는 디지털의 강력한 매체통일성은 매체의 특성에 의존해 온 단위 서사체들의 변별적 자질들을 무력화시키면서 서사성(敍事性)에 대한 획기적인 인식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서사물의 층위를 ‘서술행위’와 ‘서술대상’으로 나누고 “어떻게 이야기하느냐” 보다는 “무엇을 이야기하느냐”를 강조했던 프랭스의 서사학이 <디지털서사학>에 전거(典據)는 될 수 있는 것은 디지털이 서술행위의 매체적 특수성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멀티미디어로 형상화된 이야기만을 남겨놓았기 때문이다. 디지털의 등장으로 ‘언어적 서사’와 ‘비언어적 서사’라는 구분은 모호해지고 ‘디지털서사’라는 초언어적 보편구조가 가능해졌다.
<디지털서사학>은 “디지털이라는 기술의 발전이 가능케 한 다양한 디지털 서사체간의 보편적 서사문법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정의내릴 수 있다. 디지털서사체에는 컴퓨터게임, 하이퍼텍스트, 웹아트, 디지털아트 등이 포함되는데 <디지털서사학>은 개별적인 디지털서사체의 서술행위를 연구하는 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디지털서사체 일반의 서사규범을 밝히는데 학문적 목적이 있다.
디지털서사체에서 작가(writer)는 편집자(editor)로, 독자(reader)는 행위자(performer)로, 쓰기(writing)와 읽기(reading)는 놀이(play)로 각각 치환된다. <디지털서사학>은 이 같은 변화가 왜 발생했는지, 서사성에 어떤 영향을 초래했는지, 디지털 서사문법은 어떤 것인지를 미학적으로 규명하고 지지해 주어야 한다.
<디지털서사학>의 하위 영역으로는 디지털서사체의 미학적 형식에 집중하여 ‘위치’, ‘행위’, ‘소통’ 을 연구하는 서사행위 이론이 있고, 디지털서사체의 개별 장르에 집중하는 서사장르 이론이 있으며, 디지털서사체 내에서의 이야기의 변주, 상호텍스트성, 네트워크와 구전성, 산업적 활용 등을 연구하는 서사텍스트 이론이 있다.
<디지털서사학>에서 우리가 간과해서 안 될 것은 디지털서사를 기술(記述)형 서사로 볼 것인가, 기술(技術)형 서사로 볼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디지털서사학>이 문학 연구의 범주에 속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이야기하느냐 보다는 무엇을 이야기 하느냐에 무게중심을 두어야 한다. 우리가 컴퓨터게임이나 웹아트를 텍스트로 상정할 수 있는 것은 행위자들이 디지털텍스트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거나 이야기를 듣거나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컴퓨터게임은 문학은 아니나 서사이기 때문에 형식을 초월한 보편적 서사규범을 내재하고 있다. <디지털서사학>이 컴퓨터게임을 연구한다면 그것은 게임 자체의 장르적 속성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속에 녹아들어간 이야기의 서사규칙이 언어적 형식으로 추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2. <디지털서사학>의 전 단계
국내 <디지털서사학>의 현재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전 단계였던 ‘사이버문학론’을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사이버문학론은 비록 학문적 논의과정이 짧았고, 구체적인 텍스트가 부재했으며, 이론화 과정에서 많은 약점이 노출됐지만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이 문학 혹은 예술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가장 한국적인 반응이었다는 점에서 유의미할 뿐 아니라 <디지털서사학>이 출현할 수 있게 공감대를 형성해 줌으로써 서사이론의 발전과정에 연결고리 역할을 해 주었다.
사이버문학은 1995년 PC통신 하이텔에 ‘사이버문학비평그룹 버전업’이라는 소모임이 개설되면서 게시판을 통해 진행됐던 일련의 문학논쟁이 그 토대가 되었다. 1996년 국내 최초의 컴퓨터와 인터넷상의 문학 행위에 대한 이론서인
- 이하 생략 (전문은 첨부화일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