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스토리텔링학회 발표 논문>


온라인 게임(MMORPG)의 서사적 지위에 관한 연구


이용욱(전주대 한국어문학과)



1. 들어가는 말

컴퓨터 게임에 관련하여 우리의 학문적 관심과 성취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두었다. 최유찬의 ������컴퓨터게임의 이해������(문화과학사,2002)와 류현주의 ������컴퓨터게임과 내러티브������(김영사,2003)가 의미 있는 개론서 역할을 하였다면, 젊은 연구자들이 공저한 ������디지털스토리텔링������(황금가지,2003)은 게임 연구의 방향을 스토리텔링으로 돌리면서 게임학에 대한 본격적인 각론 토대를 마련하였다. 특히 국내에서는 온라인 게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2005년에 ‘살림’에서 시리즈로 출간된 전경란의 ������디지털게임의 미학������, 한혜원의 ������디지털게임의 스토리텔링������, 이인화의 ������한국형 디지털 스토리텔링������, 이정엽의 ������디지털 게임, 상상력의 새로운 영토������ 등의 단행본들은 본격적인 온라인 게임 서사 연구의 중요한 성과물들이다.

이 같은 온라인 게임에 대한 연구자들의 관심은 국내 게임시장의 기형적인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1)


위 표에서 보듯이 한국 게임 시장은 온라인 게임2)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게임 강국인 미국과 일본에서 PC게임과 비디오게임이 강세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볼 때 한국 온라인 게임의 성장은 분명 주목할 만하다. PC방의 시장 점유율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이는 온라인 게임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가정용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과 무관하지 않으며 온라인 게임이 특정 환경에서만 즐길 수 있는 제한적 놀이가 아니라 가정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아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내 게임 연구가 온라인 게임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3)

인터넷에는 다양한 놀이문화가 존재한다. 온라인 게임도 그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게시판을 통한 소통형 놀이, 댓글을 통한 참여형 놀이, 채팅을 통한 대화형 놀이 등과는 달리 온라인 게임은, 전통적 혹은 관습적 의미의 ‘놀이’로부터 많은 부분 벗어나 있다. 소통과 참여와 대화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통합형 놀이>이며, 놀이로서의 즐거움이 이야기로부터 출발하는 <서사형 놀이>이며,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진행형 놀이>이다.

이 논문의 목적은 온라인 게임이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는 것을 규명하는데 있다. 이를 위해 전통적(관습적) 놀이와 온라인 게임의 변별성을 ‘공간’, ‘시간’, ‘서사’의 세 영역에서 살펴봄으로써 온라인 게임이 정보화사회가 만들어낸 새로운 서사양식이며, 문학의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라는 서사적 지위를 확인코자 한다.


2. 공간 : 육체 공간과 의식 공간

온라인 게임의 공간적 지반인 사이버스페이스는 인류가 지금까지 경험해왔던 어떠한 공간과도 다르다. 사이버스페이스는 물리적 현상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물리학 법칙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그러한 법칙의 한계에 의해 제한되지도 않는다. 특히 이 새로운 공간은 물리학자들의 초공간 복합물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여기서 공간의 개념 자체는 지금까지 이해된바 없는 전혀 새로운 의미를 띄게 된다.4) 공간이 물리적 법칙에 지배당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의식의 수준에서 접근해야함을 의미한다. 사이버스페이스는 우리의 의식이 육체와는 무관하게 만들어낸 시뮬라크르한 영토이다. 사이버스페이스 안에서 의식 주체는 호명될 수 있는 기호(아이디)를 통하거나 대체 육체(아바타)를 만들어 공간을 돌아다닌다. 공간과 공간 사이에 이동은 어떠한 룰에도 의지하지 않고 전적으로 의식의 판단에 맡겨지며, 관심사를 쫓아 떠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사이버스페이스에서는 주요한 놀이이다.  

따라서 사이버스페이스는 ‘의식 공간’이라 할 수 있다.5) 이는 우리가 놀이 공간이라 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관습적인 공간상인 '육체 공간‘과 배치된다. 전통적인 놀이는 물리적 공간 위에서 육체의 움직임을 통해 이루어진다. 놀이의 원시적인 형태는 육체와 육체 사이의 격렬한 투쟁에서 비롯되었다. 호이징가는 고대의 사고 영역을 더듬어 나가면서 거기에는 무기를 사용하는 엄숙한 전투와 하찮은 놀이에서부터 목숨을 건 유혈 투쟁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시합이 모두 놀이 그 자체이며 또한 포함된 어떤 규칙에 의해 제한되는 운명적인 싸움이라는 근본적으로 단일한 생각이 들어 있다고 말한다. 놀이가 투쟁이고 투쟁이 놀이라는 것이다.6)

온라인 게임의 공간 역시 투쟁의 공간이다. 다른 사람보다 강해지기 위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게임 공간을 돌아다닌다. 그러나 실제로 돌아다니는 것은 육체가 아니라 의식이며, 의식이 이미지화된 아바타이다. 육체적 투쟁이 아니라 의식적 투쟁을 통해 놀이의 목적을 달성코자 한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육체는 물리적인 시공간의 지배를 받지만 의식을 지배를 받지 않는다. 사이버스페이스가 물리적인 법칙에 지배를 받지 않기 때문에 그 공간 안에서 행해지는 놀이 문화는 자연스럽게 의식적 수준에서의 즐거움과 보상을 목적으로 행해진다. 공간의 성격이 놀이의 성격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호이징가가 ������호모루덴스」에서 역설하고 있는 놀이의 본질은 두 가지이다. 첫째, 놀이란 간접적이며 실제적인 목적을 추구하지 않으며, 움직임의 유일한 동기가 놀이 자체의 기쁨에 있는 정신적 혹은 육체적 활동이다. 둘째, 놀이란 모든 참여자에 의해 인정받는 어떤 일정한 원칙과 규칙, 즉 ‘놀이 규칙’에 따라 진행되는 활동이며, 거기에는 성취와 실패, 이기는 것과 지는 것이 있다.7) 그러나 온라인 게임은 첫 번째 본질에 위배된다. 온라인 게임은 강해지고 싶다는 실제적인 목적을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의식적 활동이며, 놀이의 기쁨은 놀이 자체가 아니라 활동(play)과 보상(reparation)을 통해서만 주어진다. 온라인 게임에서도 육체의 ‘움직임’(마우스 조작과 같은)이 있지만 그것은 놀이 공간 외부에서 의식 혹은 무의식적 ‘판단’의 자동 반응으로 행해진다는 점에서 놀이 공간 내부에서의 직접적인 육체 활동과 다르다.

뒤에 ‘서사’ 부분에서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전통적인 놀이는 놀이 규칙이 육체 공간 내에서 시작과 끝을 통해 한시적으로 작동하지만 온라인 게임에서의 놀이 규칙은 의식 공간에 접속할 때마다 매번 새롭게 시작된다.8) 보상은 있지만 성취와 실패, 이기는 것과 지는 것이라는 놀이의 결과는 끊임없이 차연되는 온라인 게임의 속성 역시 호이징가가 명쾌하게 규명해낸 놀이의 본질과 어긋난다. 

놀이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인 ‘공동체적 유대감과 친밀감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도 전통적 놀이와 온라인 게임은 그 양상이 다르다. 전통적인 놀이에서 친밀감이 육체적 접촉을 통해 형성된다면 온라인 게임에서의 친밀감은 육체적 접촉보다는 의식적 접촉을 통해 형성되며 의식이 게임 공간 안에 머무는 동안에 집중적으로 활성화된다. 물론 온라인 게임 이용자들이 정모나 번개 같은 육체적 만남을 통해 친밀감을 도모하고 유대감을 형성하기도 하나, 이는 ‘의식적 수준의 육체적 연장’이라는 점에서 관습적 놀이 문화의 육체적 친밀감과는 그 밀도나 촘촘함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또한 온라인 게임의 ‘공동체적 유대감과 친밀감’이 지극히 공격적이며 위악적인 배타성을 바탕으로 하여 이루어진다는 것도 놀이 공간의 성격과 유관하다. 관습적인 놀이에서 유대감과 친밀감은 아군 적군을 구분하지 않고 놀이 공간 구성원 전체에게서 발현되며 놀이가 끝난 후에도 지속되지만9), 온라인 게임에서는 아군 과 적군, 동료와 적에 대한 인식적 판단이 분명하며 이 정확한 피아 구분이 유대감과 친밀감을 확장시키는 동시에 대립 관계에 있는 개인이나 다른 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반목과 질시를 가져다 준다. 온라인 게임 서사 자체가 이를 의도적으로 부추기기도 한다. 최근 온라인 게임의 추세는 파티 플레이를 통한 집단 사냥을 통해서 쉽게 경험치나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역할 분담을 강화하는 것이다.10) 한정된 사냥터와 일정한 텀을 두고 출현하는 몹을 효율적으로 사냥하기 위해 구성된 파티는 사냥 내내 강한 유대감을 형성시킨다. 반면에 동일한 사냥터에서 경쟁해야 하는 다른 파티에 대해서는 적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동일한 목적을 위해 구성된 파티는 일시적이다. 파티가 해체되면 유대감도 약화되거나 소멸된다. 육체 공간의 유대감이 함께 놀이를 즐기고 있다는 ‘육체적 접촉’에서 비롯됐다면 의식 공간에서의 유대감은 피아의 명확한 구분이라는 ‘의식적 판단’에서 출발하며 그 판단은 자신의 이해 관계에 따라 유동적이다.

게임 공간이 이중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점도 관습적 놀이 공간과 다른 점이다. 게임 공간은 게임을 하는 필드(내부 공간)와 유저 간의 소통을 도와주는 게시판(외부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관습적 놀이 공간은 소통과 플레이가 한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이루어지지만 온라인 게임 공간은 소통을 하는 별도의 공간을 따로 마련해 두고 있다. 필드에서도 소통은 이루어지지만 그것은 필드 자체의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기 때문에 국지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게시판은 그런 제약 없이 모든 유저들이 자유롭게 글을 쓰고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글을 쓰고 읽지만 우리는 게시판을 ‘드나든다’라고 표현한다. 공간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11)

관습적 놀이가 육체적 접촉을 통해 놀이로서의 정체성을 획득한다면, 온라인 게임은 의식적 판단을 통해 그것을 획득한다. 놀이의 목적, 즐거움과 보상, 구성원들 사이의 유대감과 적대감이 모두 의식적 수준에서만 가능한 온라인 게임의 공간은 관습적인 놀이공간과 다를 수밖에 없으며, 이는 놀이의 시간관에도 영향을 미친다.


3. 시간 : 선형적인 시간과 비선형적 시간

관습적인 놀이의 시간은 시작과 끝을 가지고 있고 다시 되돌아갈 수 없는 선형적인 시간이다. 개인보다는 공동의 시간을 우선시하며 저장할 수 없는 휘발되는 경험의 시간이다. 현실 공간과 놀이 공간이 중첩되기 때문에 시간 역시 현실의 시간관을 고스란히 답습한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의 시간관은 ‘시간의 경험’이라는 부분에서 그동안 우리가 만들어낸 어떤 형식의 놀이 문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던 독특한 제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엇갈리는 시간의 동선’, ‘시간의 집단화’, ‘중첩된 시간축’, ‘삼차원적 시간 구조’, ‘단절 혹은 타자화된 시간’ 등으로 목록화할 수 있는 이 양상들은 비선형적인 시간관 위에서 펼쳐지며, 관습적인 놀이의 시간관을 파괴하면서 우리의 놀이 체험을 낯설게 하고 있다.12)

일반적으로 컴퓨터 게임의 이야기는 기존의 소설이나 영화와 같은 전통적인 서사와는 다른 특징을 갖는다. 즉 전통적인 서사에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이루는 문장, 쇼트, 장면들은 실질적인 존재이지만 창작자의 상상 세계나 특별한 문학적 영화적 스타일을 형성하는 다른 요소들(계열체들)은 가상적으로만 존재한다. 그러나 컴퓨터 게임에서는 계열체적 요소는 실질적으로 주어지는 반면 통합체는 가상으로 구축되는 것이다. 결국 컴퓨터 게임에서 실제 이용자들이 체험하는 이야기, 즉 통합체는 제각기 다른 것이며 이야기에 대한 체험의 방식도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주관적인 형태의 것이 된다.13)

이야기가 주관적으로 만들어지기에 이야기의 시간 역시 ‘나’를 중심으로 새롭게 형성된다. 게임 상에 다수의 플레이어가 동일한 공간에 위치해 있을 때 그들이 만들어 온 그리고 만들어 나갈 시간은 전혀 다르다. 제각기 다른 시간대에서 온 플레이어들이 우연히 또는 동일한 목적을 갖고 놀이 공간 위에서 조우한 것뿐이다. 그러나 관습적인 놀이에서는 집단의 시간이 개인의 시간을 덮는다. 시간은 ‘나’가 아니라 ‘우리’를 중심으로 펼쳐지며 놀이를 통해 구성되는 이야기 역시 우리의 이야기이다.

관습적인 놀이에서 시간은 현실의 시간과 항상 같이 움직인다. 놀이에서의 1시간은 현실에서의 1시간과 같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에서는 놀이 시간과 현실 시간이 불일치하며 육체적 경험이 아니라 의식적 체험을 통해 시간화 된다. 예를 들어 PC방에서 한 유저가 2시간 동안 리니지를 플레이했다면 그가 경험한 현실 시간은 2시간이지만 게임 상에서의 놀이 시간은 몇 년이 흘러가기도 한다. 관습적인 놀이에서는 현실 시간과 놀이 시간이 구분되지 않고 진행되는 반면, 온라인 게임에서는 현실 시간과 놀이 시간이 분명히 구분된다.

‘우리’가 아닌 ‘나’의 시간이 됨으로써 온라인 게임의 서사장 안에는 체험하는 주체로서의 ‘나’가 만들어내는 무수히 많은 시간의 동선들이 공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서로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이 엇갈림이 놀이의 진행에는 혼란을 야기하지 않는데, 그것은 체험하는 주체로서의 ‘나’가 자신의 시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타자의 시간을 전혀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타자의 시간과 자신의 시간을 맞춰가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관습적인 놀이에 비해 온라인 게임의 시간은 타자의 시간을 독립적인 시간 단위로 인정하면서 서로의 시간을 간섭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온라인 게임의 시간은 또한 3차원적이라 할 수 있다. 관습적인 놀이에서 시간은 2차원적인 현실 공간 위에서 선형적으로 진행된다. 시간은 놀이 행위자가 간섭할 수 없는 치외법권의 영역이며, 오로지 앞으로 만 갈 뿐이다. 그러나 멀티미디어 환경에서 구현되는 온라인 게임은 시간의 진행이 앞 뿐만 아니라 뒤로도, 옆이나 위로도 갈 수 있다. 이때 ‘뒤’, ‘옆’, ‘위’라는 표현은 서사장 내부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시간축 상에서는 서사 시간 외부에 위치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마을에 세워둔 채 다른 유저들과 채팅을 하는 경우, 그의 시간은 게임 전체의 놀이 시간에서 빗겨나 있다. 캐릭터에 대한 장악력이 현저하게 저하되며, 플레이어와 캐릭터 사이에는 시간의 단절이 발생한다. 채팅은 온라인게임 서사와는 무관한 집단적인 커뮤니티 행위이다. 행위-시간의 일부이지만 실제 게임 진행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일종의 관전자의 위치에서 이루어진다.

온라인 게임에서 스토리-시간이나 행위-시간은 개인적 시간축 위에서 형성된다. 그러나 채팅은 개인적 시간축들이 만나거나 충돌하는 공유 영역이다. 가상 육체와 실제 육체가 번갈아가면서 채팅에 참여하고14) 특정인이나 불특정 다수인과 실시간으로 대화를 주고  받는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는 게임 서사의 진행이 멈춘다. X축으로만 진행되던 시간축이 잠시 정지하고 Y축을 받아들임으로써 타자의 틈입을 허용하는 시간이다.

필드에서 사냥 도중에 다른 유저와 만나 채팅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몹을 사냥하면서 한편으로는 다른 유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 행위-시간은 이중적이 된다. 가상 육체가 놀이에 참여하고 있는 행위-시간과 키보드를 두드려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시간 사이에는 X축과 Y축의 ‘만남’이라는 고정된 좌표가 형성되는 것이다. 채팅은 앞이나 뒤로 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 좌표 위에 시간을 고정시키는 행동이다. 전체 놀이 시간의 흐름에서 보면 ‘옆’으로 비켜 서 있는 것이다.

플레이 도중에 죽었을 경우 유저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자신의 가상 육체가 죽어있는 것을 화면 상에서 타자적 시선으로 목격하는 것이다. 다시 시체를 부활시키기 전까지 가상 육체의 시간은 멈추어져 버리며, 플레이어는 부활을 결정하기 전까지 시간의 공백을 경험하게 된다. 자신의 능력치보다 강한 몹과 전투를 하거나 미처 도망가지 못하면 가상 육체의 생명력이 다 달아 죽을 수가 있다.15) 죽는 순간 게임의 시간은 멈추어 버린다. 이제 플레이어는 다시 부활을 할 것인지, 아니면 게임을 끝내고 현실 세계로 나갈 것인지를 결정하여야 한다. 그 판단의 시간 동안 서사장에서 시간의 X축은 사라져 버리고, 서사 공간과 별개의 삼차원의 의식 공간에 머물게 되는데 이때가 플레이어의 행위-시간이 시간축 ‘위’에 위치하는 경우이다. 부활을 결정하게 되면 화면은 다시 마을로 바뀌게 되고, 중립적 공간에서 플레이어는 끊겼던 서사 시간을 다시 연결하게 된다. 그러나 몹에게 죽임을 당하면 경험치가 깎이거나 자신의 아이템 일부를 잃어버리게 된다. 시간이 삭제되는 것이다. 온라인게임 서사에서 과거형은 존재하지 않지만 죽을 때마다 경험치가 과거 어느 시점으로 되돌아가거나 특정 아이템의 습득 이전 상태로 변화함으로써 현재형으로 표시되는 과거가 언제든 행위-시간 안에 개입할 수 있다. 물론 플레이어는 과거로 인식하지 않으며 시간의 삭제 또한 느끼지 못한다. 체험적 참여를 통해 몰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사의 시간축이 삼차원에서 진행됨으로써 온라인게임 서사의 ‘시간’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 X 축 위에 서사 상황에 따라 Xn 과 Xo이 표시되는 것이다. Xn은 X 축의 시간이 불특정 다수(n)에게 열려 있는 것을 의미하는 행위-시간이며, Xo는 X 축의 시간이 공백(o)을 경험하게 되는 행위-시간이다.

관습적인 놀이에서 플레이 도중에 놀이 행위를 멈추게 되면 기왕의 놀이 경험은 기억으로 저장된다. 다시 놀이를 재개할 때까지 시간은 기억으로 형질 변경된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에서 행위-시간은 유저의 기억으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게임 서버의 메모리에 흔적으로 남는다.

온라인 게임에 참여하기 위해서 유저는 자신이 키우고 있는 캐릭터 중 하나를 골라 놀이에 참여하게 된다. 메모리에 저장되어 있던 행위-시간과 그 결과물이 호명되고 마을에서부터 행위-시간은 다시 시작된다. 게임을 마치고 ‘저장’을 누르고 난후 현실 세계로 돌아오면 서사장 내에서 진행되었던 모든 행위-시간과 그 결과물은 더 이상 ‘나’의 시간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다. 시간은 단절되고 서사에 대한 기억은 타자화 된다. 

관습적인 놀이에서 놀이 경험이 플레이어의 기억으로 저장되었다가 다시 놀이를 시작할 때 자연스럽게 복원되는데 반해, 온라인 게임에서는 유저를 대신하여 서버가 그 기억을 대신 저장해줌으로써 ‘주체’와 ‘기억’ 사이가 단절된다. 이때 ‘단절’이란 의미는 시간의 타자화를 의미하는 것일 뿐 기억 자체의 형질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다. 관습적인 놀이에서 기억은 과거형이지만 온라인 게임에서는 ‘새로고침’을 통해 언제든 게임 종료 직전 놀이 경험을 불러올 수 있음으로 해서 기억조차 현재형이다. 온라인 게임의 놀이 체험은 항상 저장된 행위-시간을 ‘Reload’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습적인 놀이에서는 놀이 기억이 희미해지거나 변조될 수 있지만, 서버 메모리에 저장되어 있는 기억은 비트이기 때문에 희미해질 수도 변조될 수도 없다. ‘아날로그 기억’과 ‘디지털 기억’이라 구분할 수 있는 이 차이는 행위-시간을 주체화할 수 있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기억이 시간으로 연결되느냐 아니면 단절되느냐의 문제이다.


4. 서사 : 휘발되는 서사와 누적되는 서사

사이버공간의 놀이터는 누구나 만들고 참여할 수 있으며, 연극 배우가 무대 위에서 자기에게 맞는 역할을 하듯 자연스럽게 사이버공간에 참여한다. 여기에는 아이가 소꿉장난과 같은 놀이에서 경험하는 ‘환상 유지 법칙(Illusion conservation rule)’이라는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된다. 이 현상은 놀이에 참가하는 아이는 자신들이 놀이 속에 있어야 함을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이 보이는 행동도 꾸며져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지만 알고 있다는 표시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로 다 거짓인지 알지만 전혀 거짓이 아닌듯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는 것이다.16)

놀이는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관습적인 놀이에서 ‘이야기’는 ‘상황’을 만들어 내는 밑그림이다. 육체의 접촉이라는 행위에 의해 구체화되지만 동시에 그로 인해 후경화 된다. 상황은 관습적으로 이미 고정돼 있기 때문에 이야기의 스팩트럼 역시 제한적이다. 이야기는 상황에 참여토록 플레이어를 유도하는 역할만을 담당한다. 이에 반해 온라인 게임에서 ‘이야기’는 의식의 판단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상황을 만들어내는 힘이다. 판단에 따라 놀이 행위를 펼쳐나가기 때문에 상황은 주관화되고 복잡하며 다양하게 전개된다. 온라인 게임에서 이야기는 이미 주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온라인 게임의 독창성은 컴퓨터 기술의 발전이 서사 형식에 미친 영향 관계로부터 그 논의가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 게임은 기술 의존적 놀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습적인 놀이에서 기술의 발전이 서사에 미친 영향은 극히 미미하였다. 관습적인 놀이는 기술이 아니라 현실세계와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시대정신에서 이야기 원형을 찾아냈다. ‘오징어’라는 놀이는 우리의 분단 상황을 메타하고 있고 ‘딱지 따먹기’나 ‘구슬치기’는 자본주의의 놀이적 반응이다. 온라인 게임의 이야기 원형이 신화나 전설 같은 과거의 서사로부터 상상력을 빌려 온 것과는 분명 다른 맥락이다.

새로운 텍스트는 자신의 고유한 특징을 활용하는 독특한 표현 양식을 창출해냄과 동시에 기존의 표현 방식과 문화적 양식에 의존한다. 즉 어떤 유형이든 새로운 텍스트의 표현 양식은 일종의 혼성태로, 기존의 관습과 새로운 양식의 조합이다.17) 온라인 게임 역시 ‘컴퓨터’라는 도구의 발명이 가능케 해준 새로운 놀이이지만, 그 안 녹아있는 서사 문법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고전적인 이야기 원형인 ‘영웅 서사’이다. 영웅 서사는 인류가 창조해낸 이야기 구조 중 가장 오래됐으며, 영향력이 있는 화소이다.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신화, 전설, 민담 등 설화문학에서 보편적이며 광범위하게 발견되는 ‘영웅 서사’는 문학뿐만 아니라 영화, 연극, 드라마 등 시대를 초월해 모든 서사 예술이 채택하고 있는 유력한 이야기 관습이다. 한국 온라인 게임을 선도하고 있는 <리니지>나 <뮤>의 시나리오가 의지하고 있는 중세 환타지 영웅담 등은 컴퓨터 게임 서사와 영웅 서사가 얼마나 밀접한 관련을 맺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컴퓨터 게임의 ‘1인칭 의사 체험 몰입 놀이’라는 구조적 특성은 유저로 하여금 현실에서 벗어나 지극히 비일상적인 세계와 만나, 그 세계 안에서 현실과 전혀 다른 ‘나’로 재탄생하게 되길 바라는 무의식적 욕망을 구체화시켜주고 그것을 활성화 시킨다. 현실과 비현실, ‘나’와 전혀 다른 ‘나’라는 모순적 거리를 익숙한 관습으로 메워주기 위해 컴퓨터 게임 서사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이야기 구조인 영웅 서사를 차용하고 있는 것이다.18)

관습적인 놀이의 서사 역시 영웅 서사의 희미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그 기억이 놀이가 끝나면 그 즉시 휘발된다는 점에서 서사가 메모리로 누적되는 온라인 게임과는 다르다. 이는 놀이의 시작과 끝이 가능한가 가능하지 않은가와 관련된다. 관습적인 놀이는 그것이 가능하며 끝이 나면 다시 새로운 놀이를 시작하여야 한다. 놀이를 새로 시작할 때 기왕에 경험했던 놀이 서사에 대한 기억은 오히려 불편하다. 서사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휘발되어 기억에서 날아가 버려야 다시 시작되는 놀이에 순수하게 몰입할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은 시작과 중간은 있지만 끝은 불가능한 혹은 있어서도 안 돼는 현재 진행형 서사이다. 중간은 메인 서버에 저장된 기억에 의해 매번 놀이를 시작할 때마다 불러질 수 있으며, 놀이 시간 동안 누적되었다가 게임 공간에서 나가면 다시 서버에 저장된다. 관습적인 놀이에서는 ‘SAVE’가 불가능하지만 온라인 게임에서는 ‘SAVE'가 서사를 진행해 나가는데 아주 중요한 조건이다. '저장’이라는 독특한 기술적 요소는 온라인 게임이 서사를 누적시킬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놀이의 즐거움을 지속적으로 유지시켜 준다.

온라인 게임은 오직 즐거움만을 위한 가상 공동체이다. 디지털 문화가 창조해낸 새로운 서사 양식이라는 점에서 온라인 게임은 단순한 게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온라인게임 서사의 서사 경험은 ‘하기doing'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하기’는 체험의 선행 조건이다. 체험을 통해 이루어지기에 온라인게임 서사가 만들어내는 세계는 관습적인 놀이가 재현하고 있는 세계와는 분명하게 구분된다. 허구의 세계이지만 실재 세계처럼 인식되어지며, 실재 ‘나’와 게임 캐릭터 ‘나’ 사이에 의식적 거리가 존재하지 않으며, 게임 플레이어 ‘나’는 스스로 서사를 만들어 나가면서 실시간으로 그것을 따라가야 하는 작가이며 동시에 독자이다.

잘 꾸며낸 이야기는 우리에게 우리 바깥의 어떤 것을 제공해 주고(왜냐하면 이것은 우리 아닌 어떤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에 우리의 감정을 투사한다. 이러한 강력한 몰입의 경지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하여, 우리는 내적으로 하나의 역설적인 일을 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즉 가상 세계라는 것은 ‘거기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실재한다’고 우리는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가상 세계를 현실과 가상 어느 한쪽으로 붕괴되지 않게 하면서, 동시에 몰입의 경계선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유지해야 할 것이다. 몰입의 경계란 본질적으로 너무도 쉽게 허물어질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서사 예술 형식은 끊임없이 그것을 지속시키기 위한 방법을 발달시켜 왔다. 그러한 방법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참여를 금지시키는 일이다.19)

관습적인 놀이에서는 몰입은 허용하지만 플레이어가 직접 놀이 상황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 서사는 가상 육체를 통한 직접적인 참여를 통해 몰입을 극대화시키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놀이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현실 상황과 놀이 상황이 몰입을 통해 어느 순간 중첩됨으로서 결과적으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선조차 모호하게 만든 것이다. 놀이가 끝나면 그 즉시 현실로 귀환하는 관습적인 놀이와는 달리 온라인 게임 서사에서 우리가 몰입의 경계선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현실과 가상, 실재와 허구를 혼동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의 서사 문법은 ‘체험’과 ‘몰입’, ‘누적’을 통해 완성된다. 체험과 몰입이 놀이를 완성하는 필요충분조건이라면 누적은 그것을 온전한 형태로 지속시켜 줌으로써 서사의 완성을 끊임없이 차연 시켜 준다.


5. 나오는 말

호이징가에게 문화는 곧 놀이일 뿐만 아니라, 놀이는 문화를 창조한다. 인간의 문화는 놀이로부터 나왔으며, 또한 '놀아지는' 것이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19세기 산업혁명을 겪으면서 '놀이로서의 문화'라는 양상은 급격히 달라지기 시작한다. 노동과 생산에 과도한 가치를 부여하게 됨에 따라 문화와 놀이가 분리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성과물을 가져다 주지 않는 놀이를 무가치한 것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단순히 놀기 위한 놀이는 퇴폐적인 것으로 죄악시되기 시작한다. 호이징가는 이후 현대에 있어서도 문명은 놀이적 요소를 점점 상실해 가고 있다고 말한다.20)

호이징가가 ������호모루덴스������를 저술했을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현대 아날로그 문명이 놀이를 화석화시켰음은 분명하다. 아날로그 문명의 총화인 TV는 ‘놀이’를 함께 참여하여 즐기는 것이 아니라 보고 듣고 대리만족하는 수준으로 격하시켰다. 아날로그 식 놀이 문화는 보는 즐거움만을 제공함으로써 대중에게서 문화의 창조라는 역할을 제거해버렸다. 대중은 수동적, 정서적, 비합리적 존재로 전락했고 놀이문화를 지배하고 있는 TV에 의해 쉽게 조작되는 무기력한 이성으로 집단화되었다.

그러나 정보화 혁명을 통해 새롭게 등장한 인터넷은 우리에게 놀이의 주체로서의 권리를 다시 되돌려 주었다. 온라인 게임은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놀이 문화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관습적인 놀이에서 나이와 성별은 놀이의 장르를 구분 짓는 중요한 표지이다), 시간과 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으며(현실 공간 안에 놀이 공간이 구획되어 있기 때문에 관습적인 놀이는 시간과 공간의 구애를 현실과 동일하게 경험한다), 일상의 억압으로부터 해방된(휘발되는 서사이기 때문에 관습적인 놀이는 항상 억압된 일상으로 복귀하여야 한다. 관습적인 놀이는 놀이와 일상 사이에 틈이 있지만 온라인 게임은 놀이가 곧 일상이다. 물리적인 공간으로부터 완벽하게 독립된 의식 공간 위에서 놀이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놀이는 누적되며 그래서 일상이 된다) 진정한 놀이이다. 동시에 이 혁명적인 놀이는 단순한 놀이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서사 양식이기도 하다.

작가와 독자가 있고(비록 게임 공간 내에서는 그 구분이 무의미하기는 하지만) 풍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고 있으며, 시간성과 공간성을 갖고 의식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온라인 게임이 문학은 아니지만 문학과 유사한 서사 양식으로서의 특질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디지털 서사>라 명명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산업혁명과 버금갈만한 혹은 그 이상의 거대한 사회 변혁의 초입에 서있다. 정보화혁명이라 일컬어지는 이 새로운 물결은 산업혁명이 그러했듯이 우리 일상의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생산 수단으로서의 ‘자본’은 ‘정보’로 주도권을 넘겼고, ‘부르조아’는 그 사회적 지배력을 ‘네티즌’에게 양도했으며, 일상적 시민계급을 지시하던 ‘대중’이라는 용어는 ‘다중’으로 변경되었다. 이 같은 사회의 변화는 당연히 문학에게 새로운 서사 양식의 출현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문학이 이 요구를 외면한다면 그것은 서사예술로서 지금까지 담당했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며, 자본주의의 함께 그 종말을 같이하게 될 것이다.

서사문학의 발전 단계는 ‘신화 - 서사시 - 로망스 - 소설’의 순으로 진행되어 왔다. 사회의 변화에 맞춰 문학은 항상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온 것이다. 이제 문학 연구자들은 소설 그 다음에 올 서사 양식의 변화에 대해 학문적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현존하는 문학의 위기는 이론의 위기이며, 서사는 디지털로 달려가는데 우리는 여전히 문자와 소설에 머물고 있음에 대한 반성적 비판이다.

우리는 아날로그식 문학의 디지털식 확장에 주목하어야 한다. 온라인 게임은 문자와 문학적 상상력의 디지털식 확장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왔던 문학 서사와는 분명 다르지만 그 <다름>이 ‘단절’이 아니라 ‘확장’이기에 문학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서사는 문학 장르 그 자체가 아니라 새로운 형식적 가능성을 아우르는 포괄적 개념이다. 정보화사회가 앞으로 탄생시킬 문학 장르가 온라인 게임 서사와 다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새롭게 등장할 문학 양식을 이해하는데 디지털 서사는 분명 유효한 키워드이다. 온라인 게임을 문학으로 보자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서 보여지는 디지털 서사의 시학적 특징을 연구함으로써 앞으로 진행될 문학의 진화에 대한 학문적 단서를 확보하자는 것이다. 21세기 문학 연구가 온라인 게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 [2005게임백서]국내 게임시장 분야별 비중 전망(2003년~2007년) 참조


2) 이 논문에서 ‘온라인 게임’이라는 용어는 <다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만을 한정한다.


3) 온라인 게임 서사 연구자들은 온라인 게임의 유저이기도 하다. 이는 문학 연구가 연구자들을 먼저 독자로 만드는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4) 마거릿 버트하임, ������공간의 역사������, 생각의나무, 2002, p.301.


5) 의식 공간이라는 용어는 온라인 게임의 공간이 의식을 통해서만 경험할 수 있는 가상 세계이며 실재하지 않지만 실재한다고 느껴지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착안한 용어이다.


6) 요한 호이징가, ������호모루덴스������, 까치, 2005, p.67.


7) 요한 호이징가, 앞의 책, p.317.


8) 온라인 게임에서 주기적으로 행해지는 업데이트와 이벤트 등은 온라인 게임의 놀이 규칙이 유동적, 첨가적, 상황의존적임을 보여준다.


9) 이는 관습적인 놀이들이 대부분 승패의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 끝이 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승리를 위해 서로 대립하였지만 결과가 나온 후에는 대립 자체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에서는 게임이 결코 끝나지 않기 때문에 대립 역시 끝없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10) 대표적인 온라인 게임인 <리니지2>나 <뮤>, <와우> 등은 모두 파티 플레이가 아니면 몹을 쉽게 잡을 수 없을 만큼 몹과 유저 사이의 능력치 발란스가 불균형하다. 이 불균형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다수의 캐릭터가 역할 분담을 통해 몹을 사냥하는 파티 플레이가 요구된다. 온라인 게임의 유대감과 친밀감의 최소 단위는 파티이며, 길드는 그것이 확장된 것이다.


11) 게시판을 공간으로 판단하는 것도 온라인 게임의 공간이 의식 공간이기 때문이다.


12)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졸고 ‘디지털서사체의 미학적 구조 연구(3)’(한국언어문학 제56집, 2006.12)를 참고할 수 있다.


13)전경란, ‘컴퓨터 게임 스토리텔링의 이해와 분석’, 이인화 외 공저,『디지털 스토리텔링』, 황금가지, 2003, p.64.


14)‘경매’의 경우에는 가상 육체가 채팅에 참여하는 것이고, ‘잡담’의 경우는 실제 육체가 채팅을 주도한다.


15) 관습적인 놀이에서도 플레이 도중에 죽을 수 있다. ‘오징어’라는 놀이에서 상대와의 전투 끝에 죽게 되면 플레이어는 즉시 놀이 시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놀이가 끝날 때까지 관전자의 시간만을 경험하게 된다. 개인의 시간이 아니라 집단의 시간 위에서 플레이되기 때문에 집단의 시간이 종결된 다음에야 비로소 다시 참여할 수 있다.


16) 황상민, ������사이버공간에 또 다른 내가 있다������, 2000, 김영사, p.135.


17) 이인화 외 공저, ������디지털 스토리텔링������, 황금가지, 2003, p.59. 재인용.


18)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졸고 ‘컴퓨터 게임 스토리텔링의 서사 구조 연구’(게임산업저널, 2004,11)을 참고할 수 있다.


19)자넷 머레이 저, 한용환 외 공역,『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안그라픽스, 2001, pp.114-115.


20) J. 호이징가 지음, 김윤수 옮김, ������호모루덴스������, 까치, 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