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디지털 인문학' 혁명중

 

입력 : 2010.11.23 03:02 / 수정 : 2010.11.23 06:27

문서·그림 등 온라인화 작업 확산… 클릭 한 번에 고대 로마가 한눈에
문서와 씨름하던 시대 가고 디지털 자료 이용 시대로… 구글은 100만달러 지원도

세계적으로 '디지털 인문학'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각 대학과 기관들은 앞다퉈 디지털 인문학에 돈과 역량을 쏟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디지털 인문학을 집중 조명하는 장기 시리즈를 시작했다. 미 국립인문학기금(NEH)도 국립과학재단(NSF), 캐나다·영국 기관들과 함께 디지털 인문학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디지털 인문학은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도 등재됐다. 구글은 지난 7월 대학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인문학 사업을 선정해 앞으로 2년간 100만달러를 지원한다. 지난 3월 유럽 10개국은 예술과 인문학 자료를 디지털화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디지털 인문학은 다양한 연구성과를 쏟아놓고 있다. 미 버지니아대의‘로마의 재탄생’사이트는 AD 320년 고대 로마의 도시개발 양상을 3D 영상으로 복원했다(왼쪽). 오른쪽은 프린스턴대의‘단테 프로젝트’가 단테 논평가들의 강의, 음성 파일, 사진 등을 한자리에 모은 것 중 자료 그림.
최근 성과는 눈부시다. 클릭 한 번이면 고대 로마의 도시 개발상이 3D 영상으로 펼쳐진다. 가상으로 콜로세움 주변을 산책하며 관련 정보를 검색할 수도 있다. 미 버지니아대가 구축한 '로마의 재탄생'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네브래스카대가 만든 '철도와 근대 미국의 형성' 사이트는 1850~1900년 철도·전보·증기선의 발달이 미국을 어떻게 바꿨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프린스턴대 '단테 프로젝트'는 서양 고전문학 애호가들의 사이버 순례지다. 132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대 단테 논평가들의 강의, 음성 파일, 사진이 망라돼 있다.

디지털 인문학의 출현을 생명공학계의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비유하기도 한다. 이젠 온라인 자료 보존 수준을 넘어 지리정보 시스템을 활용한 디지털 지도 작성, 각종 글로벌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학문의 경계를 허물며 범위를 넓혀가는 중이다.

미 피츠버그 두케인대학의 패트릭 주올라 교수는 컴퓨터를 이용해 각종 문서에 나타난 단어 사용과 어법을 연구 중이다. 연구의 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셰익스피어 작품의 진위 판별부터 범죄 현장의 메모를 통한 용의자 색출까지 가능하다. NSF는 이 작업에 160만달러를 지원한다. 스탠퍼드대의 공간의 역사 연구소는 1912~1918년 필라델피아 매춘 실태부터 홀로코스트 상세도까지 서고에 묻혀 있던 역사를 시각적인 입체 자료로 복원했다. 버지니아대의 '그림자 계곡 프로젝트'는 남북전쟁 시대의 생활상을 되살렸다. 남북 공동체를 하나씩 택해 당시 서신과 연설, 신문기사와 일기, 교회 기록 등을 교차분석했다. 이 밖에도 ▲재즈의 탄생을 추적하기 위해 수천개의 음원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해 분석한다든지 ▲주요 과학 개념들이 어디에서 출현해 어떻게 확산됐는지 추적하기 위해 수많은 과학 문서와 서적을 디지털화해 검색한다든지 하는 식이다.

전통적으로 인문학자는 문서와 씨름하는 고독한 1인이었다. 이제 디지털 자료가 온라인화하면서 진정한 학제 간 글로벌 연구 협력이 가능해졌다고 전문가들은 평한다. 일반인의 참여도 쉬워지면서 '시민 인문학' 시대의 도래를 말하기도 한다.

NEH 산하 디지털인문학연구소의 브레트 바블리 소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례가 없는 양의 자료를 분석하다 보면 미처 몰랐던 유형과 추세를 발견할 수 있다. 또 예상치 못한 연구 질문을 떠올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나친 낙관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프린스턴대의 앤서니 그래프턴 교수는 "나도 디지털 인문학은 환상적이라고 생각하고 정량 분석을 지지한다. 하지만 디지털 수단은 어디까지나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