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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문화혁명> (4)디지털 문화산업 ‘게임의 법칙’을 바꿨다 |
예술-과학-산업의 환상적 3자대면그것은 현실이다.긍정적이라거나 부정적이란 가치판단 전에 이미 개인 맞춤 생산방식은 문화 소비자의 취향을 흠뻑 만족시켜주고 있다.일방적으로 시청자에게 정보를 퍼붓는 TV나 라디오와 달리 인터넷 등 인터렉티브한 미디어는 종래 대량생산 체제의 모순들을 많이 완화시켜주었다. 이미 문화는 산업과 손잡았고 그것이 21세기에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잡았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힘들 것이다.현재 정부에서는 미래의 주력 산업으로 영상,애니매이션,디자인,컴퓨터게임 등을 권장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이 ’상품’들이 고부가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아마 많은 예술가들은 순수예술과 문화가 질식해버리는 현실에대해 한탄하며,이런 종류의 문화형식들은 이윤을 창출하려는 기업인들의 욕망에 종속되고 산업의 구조에 조작된 것이라고 단언할 것이다.거기에는 예술에 ’이윤’’대량생산으로 인한 획일화’등이 스며든다면 ’진정성’을 지닐 수 없다는 뿌리깊은 불신감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미 ’예술’의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예술이 새로운 미디어를 매체로 하는 이상 생산과 수요,이윤의 문제는 운명적인 것이 되고 말았다.그나마 기술 복제의 시대에는 원본과 모사품이라는 분류가 가능해 오히려’진짜 예술’이 더 대접을 받을 수 있었으나 모든 정보가 전자의 켜짐과 꺼짐(on-off)으로운용되는 이분법 속에 씨앗으로 숨어있는 디지털 미디어에 이르면 모사품이 원본이 되고 인공의 상황이 현실이 되며,문화가 산업이 되는 세계로 진입한다. 이제 문화예술은 돈이 되는 아주 중요한 산업으로 자리잡았고 산업 또한 은연중에 문화 예술의 향유 방식을 본뜨고 있는데,이 둘이 연결되는데는 취향집단으로서 대중이 자리잡고 있다.과거 대중들이 단지 추위를 해결하기 위해 옷을 입었다면,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살아가면서 교육과 문화 제도 속에서 형성된 자신들의 취향으로 옷을 고른다. 이런 방식은 문화산업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중은 성장과정과 사회생활에서 접한 문화제도를 통해 일정한 취향을 갖추는데,문화 생산자들은 이 취향집단들의 기호에 작품 생산을맞추기도 하고 그들의 기호를 조작하기도 한다.이제 어찌되었건 문화예술은 극소수의 예외를제외하고는 이 생산과 수요의 틀을 벗어날 수가 없게 됐고 예술과 산업의 연결,대중예술과고급 예술의 개념적 중첩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이즈음 들어 기업은 단순히 지역사회 발전, 자신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문화 예술을 지원하는 한편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문화와 예술을 생산하는 생산자로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기에 이르렀다.그리고 범국가적인 문화 산업의 장려는 이런 현상을 심화하고 있다.그런데이 필연적인 현상을 놓고 생산자들 사이에 뿌리깊은 간극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산업 분야에서는 주로 마케팅이나 엔터테인먼트에 중점을 둔다.예를 들면 닌텐도 회사는 어린이가 관심을 가질 만한 귀여운 모양의 괴물 캐릭터 창조,사용자 위주의 기술로 야심작’포케몬’을 내어 놓았으나 초기에 어린이 소비자의 취향을 파악하지 못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블리자드 회사는 오히려 고객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게임 메니어를 마케팅 전선의 전위로 나서게 하거나 생산자들의 창의성을 우선시하여 오히려 게임의 카리스마를 높였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런 논의는 자칫 가장 중요한 작품 그 자체에 대한 판단을 흐리게 하는 발상법을 지니고 있다.아무리 마케팅 기법으로 문화 소비자의 취향을 공략하고 만들어낸다고 하여도 사람을 감동하게 하는 부분은 그 사회의 문화 속에 녹아있는 것이고 이 것을 계산만으로 조작해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산업,경영 분야 쪽에서 전공 관계상 마케팅에 치중한 논의를 하고 있다면 과학 기술계 쪽에서는 기술개발에 역점을 두게 될 것이다.최근들어 컴퓨터 게임을 위한 연구 논문들, 만화영화의 주인공들이 보다 사실적으로 보이게끔 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논문들이 발표되고 있다. 컴퓨터 게임을 위해서는 화려한 영상이 필요하고 인터넷에 빨리 접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갖추어야 편리할 것이다.최근 출현하고 있는 사이버 캐릭터들은 아직 만화적 요소를 많이 지니고 있고 현실감이 별로 없기 때문에 좀더 사실적으로 보이게 하여 영화 주인공처럼 만들면 대중들이 열광하는 사이버 스타가 탄생할 가능성이 많다. 실감나게 하기 위해서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는 기술, 머리카락의 움직임이 사실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한 기술들이 필요할 것이다.이렇게 세분해서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은 최근들어 ’쥬라기 공원’’토이 스토리’ 등 영화를 만드는데 활용되면서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영상 소프트웨어 분야로 발전하고 있고 디지털 배우를 효과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과학기술은 이런 부분적인 분야에 활용될 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을 계산학적 이론으로 모델링하는데 적극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예로서 작곡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로봇의 개발을들 수 있다.특히 음악은 추상성이 강하기 때문에 비교적 창작이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고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로 음악을 창작,공급,소비하는 유형도 종래의 방식과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똑같이 발생하는 문제는 이런 기술의 개발이 예술발전에 궁극적으로 도움을주기 위해서는 과학 기술자 혼자의 힘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이버 스타를 개발했을 때 그 주인공이 실재 인물과 똑같아 보인다고 해서 문화 소비자의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우에 따라서는 가상 인물이 너무 실제 인물과 흡사한데 질려버린 사람들에게 거부 반응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애니매이션의 주인공에게도 매력을 느끼고 그가 진행해가는 이야기와 말에 공감을 느끼고 감동을 받는다. 마찬가지로 음악이 화려하거나 웅장하다고 해서 컴퓨터 게임에 매료되는 것은 아니다. 요컨대 디지털 미디어의 속성상 작품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과학 기술의 개발이 필수적이지만 그 기술이 작품에 어떤 효과를 줄 것인가는 전체를 두루 살피고 그것을 총괄하는 체제가 없는 이상 예측하기가 불가능하다. 최첨단 기술이 곧 작품의 효과와 직결되지는 않는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인류 역사상 경험으로 보건대, 새로운 매체가 출현했다고 해서 그전의 예술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현실속에서 있을 수 있는 온갖 불길한 시나리오들을 예상하고 대비하며 이 새로운 국면을 맞아들일지언정 그 현실 자체를 외면할수는 없다. 우리는 이제 만나야 한다.예술, 산업, 과학의 세 분야가 만나는 접점에 미래의 우리 예술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최혜실 KAIST교수,국문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