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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문화혁명> (22,끝)디지털시대 그래도 ‘인간’이다 |
시리즈를 마치며문화일보와 한국영상문화학회가 공동기획한 ’대탐구 디지털 문화혁명’시리즈가 22회로 마감한다. 지난 6월 5일(일부 지방은 6월6일자) 1회 ’신문명..어디로 흘러가고 있나’란 제목의 전문가좌담으로 시작된 이 시리즈는 한국영상문화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학자, 소설가, 큐레이터, 과학자 등 21명이 필자로 참여, 국내 언론에서는 처음으로 디지털 기술이 초래할 다양한 변화를 깊이있게 조명해 학계와 독자들의 관심을 모아왔다. 이 기획물의 마지막회로 학회 공동대표인 도정일(경희대 영문과), 성완경(인하대 미술교육과)교수를 초대해 인간과 디지털 기술의 바람직한 조화 방향에 관한 의견을 듣었다. 두 사람은 ”디지털 기술이 인류역사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맹목적인 기술중심주의는 인간성을 상실한 야만사회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편집자 주> ▲성완경=문화일보와 한국영상문화학회가 공동기획한 ’대탐구 디지털 문화혁명’시리즈가 무난히 마무리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 간의 결합을 꾀했던 이번 시리즈는 ’디지털’이란 개념을 다각도에서 진지하게 접근해봤다는 점에서 상당히 뜻깊은작업으로 평가할 수있겠습니다. 물론 아쉬움도 없지 않습니다. 생명공학 등 빠진 분야들이 있고 일반독자들을 배려한 쉬운 글쓰기에도 미진한 부분이 있었습니다.따라서 오늘 대담에서는 디지털기술이 우리 일상생활에 가져올 변화와 함께 이 시대에 필요한 비판의식 등을 다시한번정리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먼저 일상적으로 느끼는 디지털 기술의 위력을 몇가지 살펴볼까요.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통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이란 정말 대단한 것이지요. 이메일도 그렇고. 정보를 저장하고 습득하는 방식이 달라지면서 학생과 교수의 관계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도정일=디지털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시·공간의 압축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류역사란 시공간적 거리를 압축시키기 위한 긴 경주였다고 말할수 있습니다. 비행신발을 신고 날아다닌 그리스 신 헤르메스나 아라비아의 나르는 카펫 등도 인간의 이런 욕망을 표현한것이 아닙니까. 그 욕망은 지금 실현됐다고 볼 수있습니다. 영상뿐만아니라 만약 냄새, 감촉 등 오감(五感)의 영역이 전부 디지털화될 수있다면 그 파장은 대단할 것이 분명합니다. 궁국적으로 인간의 상상력이 디지털화 할지도 모르지요.▲성=디지털 기술의 핵심은 멀티미디어적 포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시각과 문자텍스트, 청각, 후각, 촉각이 합쳐져 훨씬 입체적이고 공감각적인 전달이 가능해지고 있다는 이야기지요. 예를 들어 비디오아트는 90년대부터 멀티미디어와 결합하고 있습니다. 기술조건 또는 기계가 인간을 소외시키는다는 단순도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적 공감각적 현상을 만들어지고 있는 점에 폭 넓게 주목해야하리라 봅니다.▲도= 인간의 오래된 또하나의 공통욕망으로는 ’변신의 욕망’을 들수있습니다. 전 앞으로 인간이란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10년 또는 20년 내에 인간은 자유로운 변신, 개조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있을지도 모릅니다. 물질의 디지털화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디지털시대에 인간에게 남아있는 꿈은 과연 무엇일까가 궁금해집니다.▲성=인간의 정의가 도전받고 있다는 지적에 동의합니다. 몸에 부착하는 ’웨어러블 컴퓨터’라든지, 사이보그 문제, 인공생명으로 ’젖은 생물학’과 ’마른 생물학’의 경계가 없어지고인간과 기계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디지털기술이 인간의 몸의 확장이라는 사실입니다.▲도=디지털 시대에서 인간은 혼합적이고 순간적인 존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속성, 일관성, 전체성 등 오래된 인간적 가치와 특별의 소설을 인간 또는 인간사회가 견딜 수있을가 하는 겁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지속성에 대한 집착을 갖고 있는 존재입니다. 정체성은 많은 경우 환상이지만 그것에 대한 집착도인간적 가치입니다. 인류역사상 어떤 사회도 변화무쌍한 인간을 모법으로 제시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다중정체성과 순간성을 특징으로하는 디지털 시대에서 인간의 이런 근본적 욕구나 특성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게 될지 궁금합니다.▲성=얼마전 만화 ’누들누드’의 작가 양영순씨를 만나 아주 흥미로운 대화를 나눈 적이 있어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즉각 알아보고 소통할 수있도록 만드는 일종의 영매가 바로 만화라는 그의 말을 듣고 속으로 좀 놀랐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만화의 매력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현상에 대한 설명도 대단히 흥미롭게듣었습니다.▲도=디지털적 소통방식은 수평적이고 참여적이란 점에서 민주주의적이라고도 할 수있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시대에 독재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지요. 하지만 저는 권력이란 영원히 수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기술이 가져오는 가능성과 권력의 비디지털적 성격, 즉 양쪽의 화해가 가능할 것인지는 미지수입니다. 저는 욕망의 달성과함께 인간의 한계에 대한 좌절감이 오히려 증폭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성=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연속성, 인간의 체질화된 속성이 비교적 안바뀌면서 디지털기술과 혼합돼 만들어내는 풍부한 메뉴를 주목하고 싶습니다. 인간의 지식이나 일상생활에서 사실은 비효율적이고비어있는 부분이 참 많지 않습니까. 디지털 기술은 이런 것들을 좀더 효율적으로 만들어나가면서 몸 가까이로 끌어당기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도=디지털 시대의 개인은 온라인에서 거대한 자기도서관을 가진 셈입니다. 하지만 강조해야할 것은 고급정보는 언제나 유료 서비스란 사실입니다. 정보시대라고 너도나도 떠드는 바람에 우리는 마치 모든정보를 얻을 수있다는 환상 속에 빠져있어요.개중에는 인터넷만 할줄 알면 창조적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하지만 인간이 어떤 고급정보를 산출하기 위해선 고전적 방식의 노동과 고도의 노력이 필요한 법입니다. 지금 세대는 이 사실을 잊고 있어요. 정치와 기술이 잘못된 환상을 펴트리고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시대 대학교육이 뭐 필요하냐고 묻는 사람도 있는데 천만의말씀입니다. 인터넷이 공교육을 대신할 수있지도 모르지만 핵심적인 훈련, 창조적 지식을 생산할 수있는 능력은 힘든 교육과정을 거치지않고 도달할 수없다는 진리를 망각해서는 안됩니다. ▲성=도교수의 지적에 공감합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영상멀티미디어의 효율성과 매력이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인간의 지식을 저장할 수있는 가장 위대한 수단은 바로 문자라고 생각합니다. 문자가 영상과 만나야만 보다 풍부한 문법과 내용을 갖는 시대로 나갈 수있어요. 디지털 시대에 영상과 문자는 더이상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자의 중요성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을게 분명합니다. 현재 다소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사실이지만그것은 하나의 과정적 현상일 뿐이지요. 문자를 이용한 정확하고도 섬세한 표현의중요성은 쉽게 줄어들지 않고 앞으로 더욱 확장될 거라고 봅니다.▲도=제가 우려하는 것도 바로 그 점입니다. 영상과 디지털 시대가 새로운 문맹시대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저는 보고 있는데, 우리사회는 이런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책은 안읽어도 된다는 엄청난 착각이 퍼지고 있어요. 먼 미래의 그림에 빠져서 당대의 삶, 개인의 인생을 날려버릴 수는 없지요.▲성=얼마전 한 공대교수가 ”IT(정보기술)는 곧 책읽기”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는군요.▲도=그래서 신문이 책읽기 캠페인을 앞장서서 펼쳐야 할 때라고 봅니다. 영상문화에만 중독될때 그 사회가 야만으로 갈 수도 있다는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디지털이란 새로운 가능성을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인간으로서 포기할 수없는 것은 계속 확인해나가는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계에서도 새로운 시대변화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지금 무엇을 우려해야 하는가를 알리고 일반과 함께 공유할 수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요. 그래야만 디지털 홍수나 거품에 매몰되는 불행을 막을 수 있을겁니다. -끝-<정리=오애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