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에서 디지털 글쓰기

 

사람이 생각을 표현하여 다른 사람에게 남기는 것은 그림을 그리면서 부터였다. 물론 소리를 통해서 의사를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었지만 소리는 현장을 떠나면 사라지기 때문에 시차를 두고 전달하는 것은 그림을 그려 남길 수 밖에 없었다. 이 그림이 글자가 되고 수천년이라는 아주 긴 시간동안 글자를 사용해서 표현을 해 왔다. 이 기간에도 그림은 그려졌지만 그것은 자기의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려는 목적에서가 아니었고 따라서 글자와 그림은 사용목적이 뚜렷이 구분되었다(물론 일부에서는 그림이 글자의 보조적 설명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1. 글쓰기 방법의 변화

세상이 바뀌면서 표현방법도 달라졌다. 20세기 이후 시각자료를 만들어내는 기계적 방법이 등장하고 누구나 쉽게 사진이나 그림 등 조형적 자료를 만들어내게 되자 이러한 시각자료들은 문자 설명의 보조적 자료로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되게 되었다. 이제 다시 세기가 바뀌고 세상은 디지털이라는 이전에는 가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혁명적 도구를 갖게 되었고 사람들의 표현 방법도 이전의 필기도구 대신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연필을 대체한 디지털 기기는 한 가지가 아니다. 그것은 워드프로세서, 디지털 사진기와 동영상촬영기, 디지털녹음기 등을 말한다. 그러나 이 여러 가지 기기들은 컴퓨터라는 하나의 기계를 통하여 조작되며 사람들은 이 다양한 기기를 통하여 얻어진 자료를 컴퓨터 속에서 하나로 통합하여 문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따라서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여 자기 의사를 표현하려면 디지털 시대의 연필 곧 다양한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능숙하게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고 그것은 오히려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기도 하였으나 최근에는 그것들이 점차 한가지로 통합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의 카메라는 정지사진만 찍는 것이 아니라 동영상도 찍으며 녹음도 되며 간단한 설명도 글자로 넣을 수 있다. 거기다 통신기능까지 부가되는 것이 최근의 경향이다. 컴퓨터의 발전은 한 대의 컴퓨터에서 문자로된 문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그림과 사진 동영상을 일시에 처리할 수 있도록 성능이 높아졌다. 또 그러한 복합적인 작업은 소프트웨어 한가지만 이용할 수 있으면 가능하며 이제 소프트웨어의 매뉴얼을 익히는 시간을  하루 이틀 정도 투자한다면 컴맹이라고 자처하던 사람도 훌륭한 디지털 문서의 편집자가 될 수 있다.

2. 디지털 글쓰기의 종류

디지털로 글쓰기는 세 가지로 구분해서 말할 수 있다.

첫째는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한 글쓰기이다. 워드프로세서도 멀티미디어 자료를 삽입시킬 수 있지만 대체로 텍스트 기반의 글쓰기를 말한다. 곧 이는 글 쓰는 도구를 펜에서 컴퓨터의 워드프로세서 소프트웨어로 바꾼 것이다. 이런 방법은 펜을 이용하여 종이에 글을 쓰는 것보다 능률면에서 엄청난 향상을 가져왔으며 글쓰는 사람들의 쓰는 속도와 양적인 면에서 많은 증가를 가져왔다. 그러나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한 글쓰기의 결과물은 펜과 종이를 이용한 글쓰기의 결과물과 차이가 별로 없다는 점은 이 방법이 결과적으로 아날로그적 글쓰기의 연장선에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는 멀티미디어와 텍스트를 병용한 글쓰기이다. 이것은 소위 하이퍼텍스트라고 하는 것으로 여기서 텍스트라 함은 문자를 포함하여 멀티미디어 즉 사진과 동영상, 음성과 기타 여러 가지 소리자료를 아울러 일컫는다. 그래서 이를 하이퍼텍스트가 아니라 하이퍼미디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이퍼 미디어는 우리가 지금까지 사용하던 글자와 함께 그림, 사진, 동영상, 에니메이션, 음악, 사람소리, 여러 가지 현장음 등이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어울려 하나의 문서를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서로 다른 문서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자유롭게 문서와 문서를 이동할 수 있으며 읽는 사람의 의도대로 여러 문서를 연결하고 재편집하여 새로운 정보를 만들 수 있고 수정도 가능하다. 인터넷 문서를 하이퍼미디어의 대표적인 것으로 들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 문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문서의 전체적 틀은 아직도 텍스트가 위주로 되어 있으며 오랫동안 텍스트 위주로 생활하던 사람들에게는 심정적으로 매우 익숙하여 편안한 느낌이 있다는 것이 장점이겠다.

셋째는 영상과 텍스트 그리고 사운드자료를 사용, 영화의 편집기법을 이용한 문서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동영상 자료들은 동영상이 주가 되고 텍스트나 사운드는 보조적 자료로 사용되었다. 마치 워드프로세서 문서에서 텍스트가 주가 되고 영상이나 사운드가 보조적 자료로 사용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멀티미디어 글은 이전의 영상편집기법을 사용하므로 영상글쓰기라 할 수 있고 그 결과물은 영상문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전의 영상작품들이 영상이 위주였던 것에 비해 멀티미디어 글쓰기는 문자가 앞의 두 경우처럼 많이 들어가지 않지만 문자는 영상과 같은 비중으로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전의 영상중심의 작품들과는 차이가 있다.

지금 내가 말하고자 하는 디지털 글쓰기는 바로 이 두 번째의 하이퍼미디어와 세 번째의 영상글쓰기를 말한다. 그런데 하이퍼미디어에는 영상글쓰기의 결과물이 포함되기 때문에 하이퍼미디어 속에서 영상글쓰기를 말할 수도 있겠지만 하이퍼미디어는 읽는 사람이 쓴 사람의 의도와 관계없이 읽는 사람의 생각에 의해서 자료를 취사선택하고 다시 편집까지 할 수 있는데 대해 영상문서는 읽는 사람이 마음대로 내용을 취사선택할 수 없고 오히려 쓴 사람의 의도 속으로 깊이 들어가서 쓴 사람의 의중을 빠른 시간에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며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매우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3. 디지털 글쓰기의 특성과 과정

디지털 글쓰기는 영상글쓰기라 할 만큼 이미지 의존도가 높다. 이미지에 의해서 표현하므로 이성적인 내용을 감성적으로 표현한다. 이전의 문자 중심의 문서들은 읽는 과정에서 읽는 사람이 논리적으로 내용을 점검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영상문서는 읽는 사람이 감성적으로 문서 속으로 몰입함으로써 읽는 과정에서의 논리적 비판적 사고를 배제시키는 문제도 안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읽는(보는?) 사람이 내용에 대해서 직관적으로 대하고 감성적으로 사고하여 내용 전체에 대해서 매우 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진다. 또한 문서 읽기가 끝난 후 따로 문서에 대해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며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한 후 내용에 대해 점검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 하겠다. 또 온라인 상이라면 글쓴이와 상호 의사교환도 가능하므로 이미지의 한계를 벗어날 수도 있다.

그러면 이러한 디지털 글쓰기는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는가?

디지털 자료를 위주로 한 글쓰기는 문자로 표현하는 것을 구체적 영상으로 표현해야 하며, 따라서 문자가 주는 애매성이 극도로 줄어들며 읽는 사람에게 상상의 여지를 줄여주는 대신 매우 사실적이면서 직관적인 이해를 하게 해준다.

이를 위해서는 글쓰기의 자료를 최대한 영상자료나 소리자료로 확보해야 한다. 내가 머리 속에서 사변적이고 추상적으로 생각해낸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도록 해야하며 구체적 이미지자료를 만들 수 없는 경우 그것을 어떻게 시각화 할 것인가를 스스로 창안해야 할 것이다. 일러스트나 간단한 기호 또는 문자 자체를 시각화하는 문자디자인 등도 도입될 수 있을 것이다.

글의 종류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글의 전개에 필요한 이미지들은 글쓰는 사람의 노력에 의해서 구해질 수 있는 것들이다. 만일 시각자료가 없다고 해서 글쓰기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지금까지처럼 문자도 이미지와 함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와 동영상 등이 문서작성에 중심으로 등장하게 되면 지금까지 읽는 이들에게 사물이나 사건의 구체적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묘사 또는 서사의 노력은 질적으로 변화되게 된다. 즉 대부분의 묘사와 서사는 사진이나 동영상 또는 소리로 직접 읽는이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4. 서사와 묘사의 도구

묘사는 대상의 구체적 모습을 그림을 그리듯 나타내는 방법, 공간의 양상을 기술, 공간적 글쓰기. 객관적 묘사와 주관적 묘사.

서사는 일정한 시간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행동을 글로 나타내는 것, 시간의 흐름을 기술하므로 시간적 글쓰기. 시간적 순서의 서사와 인과적 순서의 서사

사진•동영상의 촬영과 편집

일반적으로 기성세대들은 사진이나 동영상의 제작을 특수기술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미 우리도 모르는 사이 사진과 동영상은 누구나 쉽게 찍고 출력하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조그만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와 대부분의 휴대용 전화기는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녹음까지 가능하다. 누구나 주머니 속에 이러한 디지털 기기를 넣고 다니므로 필요할 때 사진기가 없거나 비디오 촬영기가 없어 기록을 못하는 경우는 없다.

문제는 편집인데 이 또한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컴퓨터 속에 간단한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이 있어서-windows xp 이상의 버전에 들어 있는 movie maker- 이를 이용하여 사진 동영상 녹음 편집이 가능하다. 특별히 고급 편집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약간의 편집효과를 높일 수는 있으나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대부분의 것은 movie maker 정도의 단순한 소프트웨어로도 충분하다.

디지털 글쓰기의 과정은 사용하는 텍스트가 완전히 다르므로 문자글쓰기와는 다를 수 있다.

영상으로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문자글쓰기에 비해 보다 구체적 구성안(플롯)이 필요하다. 즉 <프롤로그(머릿말) - 본론의 기 승 전 결 - 에필로그>를 설정하고 그에 필요한 영상자료와 문자자료 소리자료를 선정하고 영상으로 서술되지 않는 부분은 문자를 이용한다. 또 효과적인 의미전달을 위한 효과음과 배경음악도 들어가야 할 것이고 이미지의 표현방법(색채의 선택, 그래픽 처리 등) 장면전환이나 문자의 표현방법 등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효과저리 또한 글쓰기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글을 구상하는 단계에서 이런 것들이 고려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최종적 편집단계에서 처리하여도 문제될 것은 없다.

여기서 디지털 글쓰기의 시나리오라는 또 다른 부담이 글쓰는 이에게 지워질 수 있다. 지금까지의 시나리오가 영화라는 특수한 분야의 예술창작을 위한 것이었던 데 비해서 지금 이야기 하는 디지털 글쓰기는 이제 모든 사람이 손쉽게 만들어야 하는 다양한 문서에 적용되기 때문에 시나리오도 기존의 개념과 형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시나리오는 자신의 표현하고픈 내용에 관한 간단한 메모도 될 수 있고 몇 장의 연결된 사진도 될 수 있으며 조금 복잡하다고 해도 자신만 알아볼 수 있는 간단한 서술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진과 동영상의 특성

동영상 - 시간의 경과를 따라 변화되는 것을 기록하는데 유리하다. 즉 구체적인 동작으로 표현되는 것은 동영상이 효과적이다. 따라서 동영상은 시간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사진 - 정지 영상이미지이므로 특정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물체의 묘사에 효과적이다. 유적이나 유물같은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사진을 동영상 구조로 편집 - 공간예술을 시간예술형식으로 표현. 한 장면 한 장면은 공간예술로서의 사진이미지이며 그것은 보는 이에게 동영상과 달리 압축된 의미를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그러나 그것이 연결되어 시간축에 놓이게 되면 시간의 흐름으로 짜여진 스토리 라인을 구성하여 보는 이에게 사진이라는 공간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서사의 세계로 들어가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것은 처음부터 동영상으로 촬영된 것을 영화로 편집하는 것과 매우 다른 서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 사진은 한꺼번에 많은 수의 사진촬영을 가능하게 함으로써(1초에 5장 내지는 10장내외) 사진과 동영상의 차이가 크게 줄어들었으며 아예 사진기가 동영상촬영기능을 가지고 또 비디오 카메라가 정지영상 촬영기능을 가짐으로서 사진과 동영상의 구분이 애매해지고 있다.

5. 디지털 글쓰기의 효과

지금까지 말한 디지털 글쓰기는 지금당장 필요치 않을 수도 있다. 우리가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학술지들은 다 아나로그식 출판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지털 방식으로 연구결과물을 만들어내도 그것을 발표하는 것은 아나로그식으로 하지않으면 안된다. 그러면 무엇 때문에 디지털 글쓰기를 익혀야 하는가?

첫째는 시대의 변화를 우리가 체험하지 않고는 인문학의 앞날을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없다는 점에서다. 디지털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정도로는 현재의 사회의 변화를 체감하는 데 한계가 있다. 더구나 지금의 디지털 세대 학생들을 교육시키는 사람으로서는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인문학의 미래를 회색에서 분홍빛으로 바꾸는데 지금의 기성 인문학자들이 노력해야 한다면 그것은 디지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며 그 노력은 디지털 글쓰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인문학 중에서도 국학분야가 연구하는 대상들은 이제 몇 년 안에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것들이다. 그것은 역사적 유적이나 유물 뿐 아니라 우리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현상들과 사유체계에 이르기 까지 그러하다. 디지털 글쓰기를 위해 얻어진 자료들은 우리가 지켜내야 하는 것들의 생명을 조금이도 더 연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우리가 늘 상대하는 다음세대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가져올 수 있다. 진정으로 학생들과 소통하는 방법은 다양할 수 있으나 디지털에의 적극적 참여는 의외로 쉬운 소통을 체험하게 해줄 것이다.

 

출전 http://www.yimworld.com/html/class/digital/digital_writing.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