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의 새로운 학습능력;디지털 리터러시]
디지털 리터러시와 지식 창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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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자가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내는 과정은 멀티미디어 매체를 도구로 활용하면서 스스로 지식을 재구성할 수 있을 때이다. 이런 학습상황에서 학습자는 자신의 구체적인 행위를 통해 매체에 반응할 수 있으며, 이 반응에 대한 효과를 구체적으로 경험한다. 매체가 무엇이든 학습이 실제 행위를 통해 이루어지는 과정은 동일하게 나타난다.

황 상 민 / 연세대 교수·심리학 (swha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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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세대를 뜻하는 N세대가 등장했다. 이 세대들은 이전세대와 달리 정보 통신 문화를 생활 속에서 경험한다. 정보통신 매체가 생활환경의 일부가 되었을 뿐 아니라, 디지털 정보매체를 생활의 주요 도구로 사용하는 세대이다. 사이버 공간은 이들의 놀이터이고, PCS로 대표되는 이동통신기기는 생활 필수품이다. 노는 일도 다르다. 인형놀이는 ‘아바타’ 꾸미기이고, 친구의 이름은 ID가 대신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이며, 이것은 어떤 학습 능력으로 표현될 수 있는가?

‘리터러시’는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디지털 리터러시와 지식 창출력’이란 주제는 바로 디지털 세상의 아이들이 습득해야 할 능력이 무엇인가를 묻는다.
디지털에 기반을 둔 다양한 매체들이 학습활동에 이용되는데, 이것을 잘 활용해야 하는 능력, 아니면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에 들어있는 다양한 정보들을 컴퓨터를 이용하여 활용하는 능력인가? 아쉽게도 디지털 매체든 디지털 학습 내용이든 이런 외적인 것들이 학습자를 갑자기 변화시켜주지는 않는다. 아니 변화시킬 일이 별로 없다. 어쩌면 디지털 매체가 지식 창출에 어떻게 기여하고, 또 사이버 공간에 널려있는 많은 정보들을 어떻게 학습활동에 이용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개인이 학습할 수 있는 능력, 또는 개인이 스스로 지식을 창조하는 능력과는 별 관계가 없을지도 모른다.

‘리터러시’라는 말은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여기에서 ‘무엇을’이라는 질문을 하면, 우리는 마음 속으로 ‘책’이라는 단어를 쉽게 떠올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리터러시’라는 말은 없었던 이유는 책을 읽고 이해하는 것은 학습활동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적어도 ‘디러터러시’ 운운하는 외국어를 사용하면서 무엇이라고 하는 것은 뭔가 다른 특별한 것이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은 아닌지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매체에 대한 이해인가,
매체가 전달하는 내용의 이해인가?

매체media를 통한 학습은 단지 디지털 매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미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단어를 통해 매체와 학습활동과의 관계에 대한 논의는 있어왔다. 이 논의는 매체가 전달하는 내용을 정확하게 알고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리고 이들 매체를 교육활동에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책이 아닌 다른 매체를 통해 학습내용을 전달할 수 있게되자 그 매체가 전달하는 내용을 학습자가 재해석하거나 재구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생겨난 것이다. 말 그대로 미디어 읽기 능력이다. 이것은 여러 가지 매체의 메시지를 경험하면서 이 매체 속에 담겨있는 메시지를 분석하며 평가하고 또 매체에 담겨있는 내용을 넘어서는 새로운 메시지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다.

신문을 교육에 활용하자는 것도 활자 매체를 이용한 이런 대중 ‘미디어 읽기리터러시’의 한 예이다. 이런 주장들과 활동이 나오게 된 밑바탕에는, 매체가 생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면 할수록 매체의 형태에 따라 그리고 매체의 내용이 어떤 규범이나 틀에 제한되어 있거나 왜곡될 것이라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암묵적으로 매체가 특정 내용을 특정 가치나 이념에 따라 왜곡하여 제시할 수 있다는 우려의 표시였다. 이런 이유로, 매체 읽기media literacy가 마치 책 속의 문자를 해독하는 일과 같은 ‘매체에 담겨있는 내용을 통한 사고와 의사소통’의 주요한 과제로 등장한 것이다.

매체의 내용은 학습자의 생활환경에 따라 그리고 학습자의 능력에 따라 동일한 내용이라도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예를 들면, 영상매체가 전달하는 내용에서 허구적인 부분과 전달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것이 사실인지 등에 대한 구분을 시청자가 스스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 경우에는 매체 속에 담겨진 내용에 따라 조작되는 상황이 되고 만다. 특히 자신의 생활 속에서 익숙하지 않은 내용들이 전달되는 경우, 메시지를 해석하고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은 마치 책에 있는 활자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다.

매체가 주요 학습도구로 이용될 때, 학습자는 매체의 단순한 수용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학습자는 능동적으로 매체의 내용을 스스로 분류하고 취사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이런 능력의 향상이 ‘미디어 리터러시’ 또는 디지털 매체를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이다.

TV나 VTR 같은 영상매체가 생활에서 또는 사회의 주요 미디어로 등장하면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면, ‘디지털 리터러시’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부활이다. 책에서 영상미디어 그리고 인터넷 미디어로 학습도구가 달라졌어도, 이 도구를 활용하고 이 도구에 의해 전달되는 학습내용을 해독하는 능력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매체의 속성이 무엇이든지 간에 ‘리터러시’를 가능하게 만드는 인간의 능력은 동일하다. ‘리터러시’의 핵심은 매체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인 인간의 학습활동의 속성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학습활동과 지식의 생산: ‘리터러시’와 지식 창출력

책이든 TV든 인터넷이든 학습 내용이 제공될 때, 학습자는 그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자극을 이해하고 파악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같은 지적활동은 인간의 기본적인 지적능력이며 매체는 단순히 이런 활동을 보조하는 역할에 불과하다. 따라서 ‘리터러시’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인간 지적능력의 개발이나 창의적인 문제해결과 관련시켜 생각하려면, 도구가 얼마나 지적 활동을 촉진하는데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가의 문제를 이해해야 한다.

매체의 속성이 얼마나 학습활동에 영향을 미치는가는 학습자가 매체를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정도에 좌우된다. 문자 해석이 중요한 시대에 학습활동에 미치는 매체의 영향력은 비교적 제한되어 있었다. 그러나 영상매체는 인간이 상상하고 해석하는 영역의 많은 부분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지게 되었다. 특히 매체가 전달하는 내용의 많은 부분이 미리 만들어진 틀에 의해 구조화되었기에 인간이 해야 하는 학습내용의 조직화나 해석과 같은 인지활동을 매체가 일부 대신하기도 하였다.

영상매체를 통한 이미지의 해석에 학습자가 가진 사전 지식이 작용하기도 하지만, 이미 매체에 담겨져 있는 의미나 상징체계가 직접 작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미디어가 메시지가 된 상황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인간의 지적활동, 또는 인지능력은 인간의 머리 속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외적 매체나 상황이 제공해주는 지식이나 정보로 확장된다.

인간의 지적 활동이 유기체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화적으로 학습하는 상황이나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지식체계를 근거로 이루어진다고 표현할 때, 이런 형태의 지식 습득이나 인지활동을 ‘상황적 인지 situated cognition’ 또는 ‘사회적으로 공유된 인지socially shared cognition’라고 한다. 지식이란 모든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이고 객관적인 형태로 존재하거나 또 각 개인이 이것을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경험하는 것을 지식의 형태로 공유하게 된다는 관점이다. 디지털 리터러시와 지식 창의력에 대한 논의는 바로 사회 구성원들에 의해 조작된 디지털 매체의 내용이 구체적인 개인의 지적 탐색과 창의적 활동으로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이것은 디지털 시대에서 개인을 지식의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아동 학습이 이루어지는 기본적인 조건으로 학습 환경에서의 자유로운 탐색과 구체적인 대상에 대한 접촉과 조작적인 경험 그리고 주위 사람 특히 어른들과의 상호작용을 언급한다. 이런 이유로 대개 부모는 아동 발달에 주요한 환경을 형성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부모의 영향은 아이가 또래와 같이 어울리게 되는 시기부터 점차 감소한다. 부모와 또래가 사회화와 학습활동의 중재자agent로 작용한다면, 매체도 중요한 중재자이다. 영상매체는 마치 부모의 영향이 줄어드는 것과 반비례하여 그 영향력이 커진다. 부모가 제공하지 못하는 생활 환경의 일부가 되며, 아이들은 매체를 통한 간접적인 교류 경험을 통해 새로운 학습을 하게 된다. 영화 속의 현실이 허구의 세계가 아니라 가장 현실의 모습을 잘 나타낸다는 표현이 이들의 경험을 대변하는 것이다.

지식 생산을 위한 매체의 활용: 인지능력의 향상

인간의 인지능력이란 생활 속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다. 개념을 습득하거나 조작하는 능력은 구체적인 문제 상황에서 이용할 수 있는 상징적 도구의 활용 능력을 의미한다. 발달하는 인간은 이런 상징적 도구를 점차 더 정교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이용할 수 있게된다. 디지털 영상매체는 이런 상징적 도구의 현실적인 형태이기도 하다. 디지털 리터러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멀티미디어 매체가 바로 전문가의 추상적인 개념 표상을 구체적인 사회 문화적 상황으로 변화시켜주는 유용한 도구라고 한다. 따라서 이 매체는 문제상황을 마치 실재의 경우처럼 모사하여 나타낼 뿐 아니라, 학습자 스스로가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 그 문제를 경험하는 것처럼 느끼게도 만든다고 한다. 학습 내용을 구체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직접 경험해 볼 수 있게 하기에, 문제상황을 구체적으로 경험하고 그것에 맞는 해결책을 스스로 찾아 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서 매체는 학습재료를 제시하고 학습자는 이것에 반응함으로써 마치 매체와 학습자 사이에 의사 소통이 촉진된다는 것이다. 학습대상과 학습자와의 상호작용적 의사소통적 행위를 가능하게 만드는 꿈과 같은 학습 수단인 것이다.

학습자가 매체와 상호작용한다는 것은 매체의 자극적 속성소리, 애니메이션, 동영상 등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매체의 내용에 반응하는 것이다. 즉 매체가 전달하는 내용 속에 내재된 사회적인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과정은 책을 읽는 것과 분명히 다르다. 책도 내용을 전달하지만, 그 내용이 전달되는 맥락은 동일하다. 그러나 매체에 의해 내용이 전달될 때 그 내용은 이미 해석이 되는 상황과 함께 전달된다. 매체는 학습 내용을 사회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맥락에 따라 변화시키면서 각 개인이 스스로 조작하고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제한한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멀티미디어 매체를 이용하는 학습자는 매체를 통해 내용 지식으로 습득하지만, 책과는 달리 재구성하는 능동적인 인지 활동이 비교적 덜 일어난다. 이런 주장은 멀티미디어 매체가 능동적인 학습을 가능하여 더 높은 학습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주장들이 막연한 기대이거나 매체 지향적인 과신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하게된다.

멀티미디어 매체의 교육적 효과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 ‘학습 내용이 되는 지식을 구체적인 사회적 상황과 연결시켜 줄 수 있기에 구체적인 학습이 가능하다’라는 것이다. 학습자가 상징적인 개념들을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을수록 학습의 효과가 높을 것이다. 그리고 매체를 통해 구체적인 상황을 가능한 유사하게 묘사하거나 애니메이션이나 다양한 동영상 자료를 활용하는 것은 이런 학습효과를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효과는 매체의 속성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매체가 어떻게 활용되는가에 좌우된다. 즉 매체가 새로운 사회적 상호작용을 만들어주는 사회적 맥락으로 또는 대체 경험으로 얼마나 작용할 수 있는가에 좌우된다. 매체가 담고 있는 내용이 바로 사회적 상호작용이나 맥락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 매체를 구체적인 학습활동과 연계시켜 활용할 수 있는 교사가 바로 멀티미디어 매체의 상황적 효과를 구체화시킬 수 있고 보장할 수 있는 주요한 요인이다.

‘상황적 인지’의 개념에서 볼 때, 멀티미디어 매체는 내적 인지과정을 매개할 수 있는 지적 환경을 만드는 효과가 있거나 이런 지적환경을 보조하는 기능한다. 그러나 멀티미디어 매체만을 통해 하나의 가상적인 학습상황을 조직화하여 학습자에게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는 그리 타당하지 않다. 혼자서 상황을 만들고 지식을 탐색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은 인간이지 미리 정해진 내용이 담긴 매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학습 상황에서 주어진 내용을 스스로 조작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학습자가 있기에 주어지는 내용을 넘어서는 학습활동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매체를 넘어서는 학습 활동과 지식 창출

학습자가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내는 과정은 멀티미디어 매체를 도구로 활용하면서 스스로 지식을 재구성할 수 있을 때이다. 이런 학습상황에서 학습자는 자신의 구체적인 행위를 통해 매체에 반응할 수 있으며, 이 반응에 대한 효과를 구체적으로 경험한다. 매체가 무엇이든 학습이 실제 행위를 통해 이루어지는 learning by doing 과정은 동일하게 나타난다. 교사의 일방적인 설명을 단순히 수용하는 학습활동이 정보의 수용에 불과한 수동적인 학습이라면 매체를 도구로 이용하여 학습자가 스스로 행동할 수 있을 때 이것은 조작활동이자 탐색 학습이 된다. 디지털 리터러시의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을 때에도 이런 학습과정은 탐구학습이라는 용어로 대부분의 교육 종사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학습자가 탐구학습을 통해서 스스로 학습의 통제권을 지니고 있다고 느낄 때 학습의 주체가 된다. 교사는 이런 학습활동을 촉진하고 조직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그 소임을 가장 잘 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 문제상황을 통해 탐구한 학습 활동은 특정 학습내용의 습득 뿐 아니라 새로운 지식의 창출도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지식의 창출이 사회적으로 공유된 인지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면, 동일한 학습 경험을 통한 새로운 지식의 창출이 사회적으로 촉진될 가능성은 높다. 이런 경우, 멀티미디어 매체와의 경험은 그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사람들이 서로 공유하고 있는 인지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하는 매체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지적 능력의 발달이라는 것이 단순히 필요한 정보를 그 양의 측면에서 축적하는 과정을 통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자극이나 내용에 대한 새로운 맥락을 다른 구성원들과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의 증가에서 일어난다고 보는 것과 동일한 주장이다. 이런 측면에서 멀티미디어 매체의 학습효과를 논의하는 작업은 일차적으로 이 매체들이 학습자의 흥미나 동기요인를 얼마나 유지시키며, 또 학습자와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여지를 얼마나 제공할 수 있는가를 탐색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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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교육마당21